디지탈 데빌 사가에 대한 잡설 (이글루스 백업: 2005.3.6.)

728x90

 

  ※ 이하의 글은 과거 이글루스의 본인 블로그에 썼던 옛날 글 포스팅의 내용을, 본인의 이 티스토리 블로그에 백업을 겸해서 다시 옮겨온 재탕성 포스팅 글입니다. 
   아무래도 글이 예전에 쓰여진 옛날 글인 만큼, 글에 담긴 생각이나 내용이 당시의 옛날 시점에 맞춰진 부분이 있을 수 있고 현재 시점에는 맞지 않고 낡아보일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읽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

 

   이 글에는 [진 여신전생Ⅲ 녹턴]과 DDS(Digital Devil Saga)에 대한 내용 까발림이 있습니다. (글의 일부를 흐린 색으로 잘 안보이게 처리했습니다.)

  게임을 안 하실 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아직 게임을 미처 다 하시지 못하신 분은 읽으실 때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디지탈 데빌 사가에 대한 잡설

 

디지탈 데빌 사가 2 오프닝 "ALIVE"


'전주곡'과 '광인전'을 거쳐서
  - [진 여신전생3 녹턴(이하 '녹턴')]은 한국 기준으론 좀 이상한 게임이다.

  사실 DDS에 관한 글임에도, 대뜸 녹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DDS가 국내에서 정식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본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가 : 이후에 정식 발매가 되기는 했다….)

  그리고, 그 만큼 녹턴과 DDS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메이저 시리즈의 속편이기 때문에, DDS를 언급하기 위해서 녹턴의 이야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일단 녹턴은 어떤 의미로는 파판이나 드퀘 이상의 열광적인 팬 층을 갖고 있는 컬트 게임 여신전생 시리즈의 속편이면서도, 전작들에 개의치 않고서 완전히 새로운 여신 시리즈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파판 시리즈가 변화의 대가라고 하지만, 매번 비쥬얼적인 측면의 파워 업이나 당시의 트랜드에 맞춘 스토리의 변화 같은 것이 중심이었고, 그냥 간단한 게임 엔진 실험 한 가지 이상의 다른 뭔가 큰 걸 넣는 경우는 솔직히 말해서 드물었다(동영상 양은 점점 늘어만 갔지만).

  게다가 파판은 매번 같은 세계관이면서도, 언제나 시드는 나오고 비공정도 나오고 이런 식으로 소품들을 공유하는 요상한 '선택이 있는 주말 드라마'풍의 전개가 계속되어 왔다.

  결국 이런 일관적인 느낌이 파판이란 시리즈를 이끌어 왔다고 한다면, 진 여신 시리즈는 언제나 '악마'가 중심이 되어 있다는 일관적인 흐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설 속의 신과 악마들과 인간이 대등한 위치에 서서 '같이 싸우고' 악마를 부리거나 하는 등으로 인간 이외의 다른 존재에 의한 뭔가를 그려내고, 또 인간과 다른 존재에 의해서 인간성이나 다른 인간다움을 그려내는 식의 동질적인 주제를 갖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순히 악마가 능장하는 것 이외에도 여신 시리즈에서 공통되는 자잘한 디테일들이 없지는 않았다.

  마법 체계라던가 매번 등장하는 마사카도나 기타 최강 무기, 아이템 등등 같은 것도 있었고, 잡다한 공통 요소를 따지면 끝이 없을 것이다.

  물론 이런 식으로 반복 사용되는 것들은 파판이나 드퀘 시리즈에서도 항상 비슷하게 겹치는 코드로 남았던 것이 사실이니, 비단 여신 시리즈 만의 개성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의 모습을 제대로 볼수 없었던 과거의 진 여신전생1,2편에 비해서, 진 여신 3=녹턴은 주인공의 모습을 이렇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하나 만으로도 확실히 이전 시리즈와 차별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정통 시리즈의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녹턴은 아무리 세계관이 바뀌어도 공통적인 코드를 비교적 많이 남겨놨던 파판이나 드퀘 시리즈의 속편이나 외전 비교하면 '악마'를 제외한 시리즈의 특징 중 거의 모든 걸 내버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근 미래적인 세계관, 성총과 마검이 공존하면서도, 디지탈 테크놀로지와 마법이 같이 있는 것도 미묘하게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언밸런스하면서 카오스한 세계관이었다.

  물론 그 혼돈이라는 느낌도 결국 꾸며진 것이지만, 어쨌든 그 비인간적인 것이 넘치는 안에서 인간적인 무엇인가에 대한 느낌은 계속되어 왔으며, 그에 준하게 매 시리즈 마다의 공통적인 것이 있었는데 [녹턴]에서는 그런 것들이 상당부분 거세된 것처럼 보였다.

  우선 녹턴에는 구체적인 히로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 여신전생 시리즈는 결국 항상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 재설정'이 중심이 되어왔고, 심지어는 외전에 해당하는 데빌서머나나 페르소나 시리즈에서도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는 이야기와 게임 내용의 중심축이 되어왔다.

  딱 잘라 말해서 '히로인이 전투에 참가하지 않는 최초의 진 여신 시리즈'가 녹턴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페르소나1은 일단 논외로 치고, 페르소나 2에서도 결국 마야는 전투에 참가하는 데 말이다.

  데빌 서머나의 경우엔 히로인과의 접점이 약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그 쪽은 최소한 히로인격인 인물중 하나인 레이 레이호가 일단 전투 참가를 해주지 않는가.

  물론 루팡3세를 모델로 했다는 데빌 서머나의 주인공 쿠스노하 쿄우지를 생각해보면, 히로인 레이 레이호는 루팡의 히로인의 미네 후지코 오마쥬 아닌가.

  후지코는 루팡과 친하지만 때로는 루팡을 이용해 먹는 존재이니, 레이도 비슷하게 쿄우지와 접점이 있으면서도 없는 히로인인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그 밖에, 무엇보다 아무리 암울한 세계관이어도 항상 '인간'이 악마와 대등한 존재로 남아있던 진 여신 시리즈였는데, 녹턴에서는 결국 인간을 (진짜로) 전부 없애버렸다. 

  주인공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존재이며, 살아남은 몇 안되는 인간들인 주인공의 친구들도 새로운 세계의 창세를 위해 '인간을 뛰어넘는 뭔가'가 되려고 한다. (이 것은 속편의 한계를 깨고 전작을 뛰어넘으려는 것에 대한 은유로도 볼수 있다. )
  동경은 새로운 세계를 낳기 위한 볼텍스 계라는 좁은 공간으로 한정, 황폐화 되었으며, 인간이 아닌 사념체들이 둥둥 떠다니면서, 누군가에 의해 인간을 흉내내 만들어진 마네카타란 것들이 사람인 척들 돌아다니고 있다. 

  근미래 판타지가 아닌 아예 '멸망한 세계'의 판타지의 세계로 넘어가 버린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녹턴이 시리즈의 속편으로써 새로운 것을 맞이하려는 '변화'와, 동시에 시리즈 특유의 개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련'이 결집되어 만들어진 특징적인 면모이다.
  엄밀히 말하면 완전히 2에서 연결되는 내용이 아닌, 패러랠 월드 론에 입각한 외전적 위치에 놓이게 되는 것이 진 여신3=녹턴인데 그래도 2에서 창조주를 잃고 갈 길을 잃어버린 '혼돈'이란 느낌을 이전 시리즈 이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이, 3=녹턴에서 그려지는 볼텍스 계인 것도 사실이다.
  알고보니 녹턴의 세계관은 (소위 패러랠 월드론에 입각하는 식으로) 진 여신전생2 이후에 루시퍼가 만들어낸 또 다른 작은 '마계'였던 것. 

  진 여신2 이후에 새로운 창세를 이끌어내기 위한 진실한 파멸의 악마, '인수라'를 만들기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

  뭔가 이야기가 어긋난 것 같으면서도 이전 시리즈의 정서를 살짝 감추면서도 요 근래의 파멸적이고 자기정체적인 내용들이 중심이 되는 일본식 RPG의 이야기를 꼬아놓은 형식의 새로운 여신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 바로 이 [녹턴]이란 괴상한 속편이다.

  본가 시리즈이면서도, 본가의 흐름을 다 무시하고 본가의 이야기만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있는 '전주곡', 그 것이 [녹턴]인 것이다.

  물론 이러면서도 녹턴 자체는 알게 모르게 예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는데, 유명한 '구부러진 숫가락'부터 시작해서, 녹턴 매니악스에 새로 등장하는 아마라 심계와 죽음의 천사들로 대표되는 '마인'들의 등장 등등 잔뜩이다.

  그리고, 옛날 진 여신 시리즈의 강력한 보스들의 게스트 출연 등등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시리즈 팬들의 그런 '친근함'도 놓치지 않으려는 배려는 적절한 안배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이상으로 녹턴 자체의 변화가 크기는 했지만.

 

그리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 이런 '녹턴'에 대립하는 위치로 등장한 또 하나의 '新 여신' 시리즈가 있다. 바로 이 글의 진짜 목적 대상인 Digital Devil Saga=디지탈 데빌 사가(이하 DDS로 줄임)이다. '녹턴'이 본가 시리즈에 들어가는 게임이지만, 언뜻 보기엔 오히려 이 쪽이 더 정통으로 보일 정도로 옛날 느낌을 살려보려고 하고 있는 게임이다. 일단 오컬트 '악마'와 디지탈 '가상공간'이 공존하며 총도 등장하고(…), 악마 소환은 없지만 플레이어 캐릭터들이 전부 악마로 변하며, 최강의 악마가 되기 위하여 카르마와 아토마를 쌓아서 자신의 아바탈(화신)을 튜닝(…) 해가는 이야기. 그것이 디지탈 데빌 사가-아바탈 튜너의 이야기이다. 그러면서도, 옛날 진 여신 시리즈가 플레이어에게 일본어 메시지를 읽는 것만으로, 상상에 의존하는 것이 많았다면 녹턴에서 가속화된 '파국'의 비주얼 화는 이 DDS 시리즈에서 어느 정도 정착된 면이 없지는 않다.

DDS2에서 그려지는 검은 태양에 빨려들어가는 세계. 이것은 녹턴의 토쿄 수태와 비슷한 멸망에 의한 대파국의 비주얼 적 묘사이다.

  DDS1은 '연옥.' 

  차츰 망해가는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서 무리를 지어서 대립하고 싸우던 199X년을 무대로하던 진 여신1에 등장하던 그 혼돈의 토쿄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느낌이다.

  물론 여기선 니르바나라고 하는 구체적인 목적지가 존재하며, 악마화하는 주인공들이 완전히 악마화 하지 않게 하는 브레이크 적인 요소로써 세라라는 히로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히로인은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의 목표 대상이 되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고, 히로인을 지키면서 낙원으로 가기를 바라는 주인공 일행의 모험 이야기가 DDS1의 메인 스토리가 된다(그러나, DDS1 본편 도중의 데스티니 랜드에 등장하는 착한 왕자와 나쁜 왕자의 이야기는 DDS2의 '반전 아닌 반전'으로 이어지는 묘한 복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품을 진행하는 도중에, 이 세계가 실은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계속 주어지고, 결국은 캐릭터들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의심을 품게 되었을 그 시점에서 세라를 데려가기 위해서 누군가가 등장한다.

  그리고, 세라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최후의 싸움. 그 결과는 연옥의 붕괴와 현실 공간으로의 축출이었다.

  이어지는 DDS2는 문자 그대로의 모든 것이 멋대로 뒤섞여서 흘러가는 각박한 공간, 즉 멸망 후의 미래를 축약한 '지옥'이다.

  DDS1이 가상 공간 속에서 최강의 AI를 탄생시키기 위한 '아수라 프로젝트'라는 실험공간이었고, DDS1의 주인공들은 현실세계에서 '무녀'인 세라를 만들어서 '신으로의 길'에 가까이 가려고 하던 과학자들이었다.

  하지만, 만들어진 존재인 세라를 놓고 대립한 끝에 자기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유혈극을 펼치게 된다.

  그리고, 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세라는 폭주해서 도시를 지배하던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검은 태양의 힘이 더욱 강해지고 만 것이다.

  그리고, 세라는 자신의 힘이 미치는 가상 공간 속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의 주인공들을 만들어 냈다.

  그 가상 속의 캐릭터들이 현실로 나오는 데에서 DDS2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2에서는 가상 속의 인물들이 현실화 되어서, 가상보다 더욱 암울한 일상 속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검은 태양 때문에 더 이상 평범한 인간은 햇빛 속에서 살수 없게 되어, 햇빛을 막는 차폐막 속에 숨어살고 있으며, 악마화한 인간들 만이 햇빛에서 견디며 악마화하지 않은 인간을 사냥해서 먹고 있는 암울한 세계.

  악마화한 인간들이(정확히 말하면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진 테크노샤만(무녀)가 가상 공간 속에 만들어낸 AI지만), 평범한 인간들을 보호하면서, 여러 악마들을 컨트롤하는 만트라 협회와 싸우게 되는 것이다.

  물론 DDS2의 공간도 완전한 현실 세계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아무래도 DDS2의 엔딩에서 세라프와 슈뢰딩거는 또 다른 우주로 넘어가는 것 같으니까.
  그렇다…, 이렇게 DDS에서는 유수한 일본 만화들의 영향이 무수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악마화한 인간에서 데빌맨을 떠올리는 것은 쉽고, 모든 것은 정보로 규결되며 모든 인간의 영혼(정보)이 태양으로 전해져, 거기에서 다시 모든 사람들의 기억과 정보로 다시 재생하게 된다는 결론은 '에반게리온의 그 것'에 가깝기도 하다.

  DDS는 결국 거대한 오마쥬 덩어리인 것이다.

  진 여신 본편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며, 세기말의 여러 애니메이션이나 그런 것들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DDS1이 정크 야드라는 가상의 공간 속에서 여러 세력이 충돌하는 것을 통해서 세기말 토쿄의 혼란을 그린 진 여신1의 분위기를 따라간 이야기면, DDS2는 도쿄 밀레니엄과 마계의 이야기를 다룬 진 여신2의 분위기를 검은 태양의 등장으로 한번의 파국을 거친 세계관 구현으로 따라간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볼텍스 계와 아마라 심계의 이야기를 다룬 녹턴 쪽은, 이 것에 비교하면 진 여신 1,2에 모두 등장하는 '금강신계'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두둥)!!

  아아, 혼자서 열내는 것 같지만, 뭐 어쨌든 간에 신(新) 여신전생 시리즈로서 DDS는 과연 어떤 위치에 해당하는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렇게 과거 시리즈에 빗대어서 볼 때 재미있지 않은가?

변화와 성장은 같지 않지만, 변화가 있으니 성장도 이루어진다?
  - 결국 녹턴과 DDS로 대표되는 새로운 여신 시리즈들, 이 쪽도 결국 만만치 않은 판타지 세계 속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론 DDS쪽은 페르소나의 느낌을 도입해서 만든 옛날 진 여신 시리즈 1,2, if의 리메이크를 의도한게 아니었을까~라는 느낌이다.

  다만 if에 해당하는 3번째 이야기는 결국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1,2를 모두 클리어한 다음에는 역시 이 쪽 if에 해당하는 '학교라는  이름의 병원이자 연구소인 과거'의 이야기가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만약에 DDS3편이 나왔다면 이 쪽은 if와 비슷한 분위기일 거라는데, 필자는 자신있게 100원을 건다.

  그리고, DDS1,2의 과거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DDS 세계관의 과거로 돌아가서, 검은 태양의 발현 직후에 전자 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이던 엔젤과 그 주위에 존재하던 서프들이 전뇌공간에서 악마와 뭔가를 발견하고, 마침내 생존의 가능성을 위해서 세라를 만들게 되는 이야기.

  이게 DDS3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하는 망상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렇게 3편으로 완결이 되는 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또 작은 망상을 하게 된다.

  물론 인기가 있었다면 DDS2의 마지막에서 (다른 세계로 넘어가게 된 세라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나오는) 또 다른 패러랠 월드의 DDS 시리즈 속편이 이어졌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DDS(Digital Devil Saga)는 'Digital Devil Story'로 불리웠던 옛날 여신 시리즈의 리메이크이면서 훌륭한 오마쥬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 1과 2가 지나치게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진 여신1,2에 비해서, 이번 DDS의 1,2는 1을 하지 않으면 2를 재대로 즐길 수 없는, 보다 시리즈 특유의 유기성이 강조되어 있는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완성된 게임을 1과 2로 억지로 나누어 놓았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물론 페르소나2의 죄와 벌이란 선례를 생각해보면 그런 시도는 나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DDS 1,2의 분리는 조금 어정쩡한 전개가 아니었던가 싶다.

DDS1의 내용이 심심치 않게 회상 씬으로 등장하며, 1의 플레이 결과와 분기 선택이 2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에, DDS1의 플레이가 없이 DS2를 하기가 좀 거시기한 것도 사실이다.

 = 결국 DDS란 게임 자체는 조금 미완의 측면이 적지 않지만, 그 내용 자체는 비교적 튼튼한 편이다. 

  다만, 본래 최소 한편 이상(…)은 더 이어졌을 지도 모를 시리즈인지라, 설정만 되어 있고 그려지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게임 전반적인 발란스 문제로 이어졌다…,라고 생각한다.

  소문처럼 DDS가 녹턴보다 먼저 기획되었지만 FFX의 스피어 반 시스템이 먼저 나와버린 때문에 만트라 플로우 시스템이 바보가 되어버려서, 도중에 DDS 프로젝트가 공중분해 될 뻔했다는 썰이 만의 하나 사실이라면, 이런 설정 정보 과잉이 가져온 부작용도 조금 이해는 간다.

  그리고, DDS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고 그 사이에 갈라져 나온 또 하나의 외전 기획이 '녹턴'이란 제목으로 본가 시리즈를 잇는 형식으로 등장하게 되었으니 어떤 의미에선 참 아이러니컬하기도 하다.

  물론, DDS에 그 자체로의 가치가 없는 게 아니다.

  페르소나 풍으로 미묘하게 변질된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그 와중에 옛날 오리지날 진 여신전생 시리즈에 대한 오마쥬도 적지 않게 삽입하고 있고, 이러쿵저러쿵 불만이나 부족한 점에 대한 망상 전개를 멋대로 펼치곤 하지만 사실 그렇게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DDS가 주는 10이란 재미를 느끼기 위해 1,2를 다해야 하지만, 녹턴이나 이전 여신 시리즈는 같은 10이란 재미를 한 편으로 충분히 내면서 때때로 10 이상의 재미를 느끼게도 해준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분명 주장하는 것도 있고, 주제도 나름대로 볼만한 부분이 있긴 한데…, 마지막에 현실 세계가 원래대로 돌아가길 바라는 세라프(서프와 세라가 합체한…)의 마음이 세계를 도로 원래대로 만들었다는 (것처럼 보이는) 결말은 역시 찬반양론일 거다.

  이런 식의 결말 연출은 의외로 섬나라 창작물 중에서도 [하이드라이드3] 만한 게 잘 없기도 하고.
  뭐 그래도 성우를 사용한 비쥬얼적 연출이나, 이타노 서커스~까지는 안가도 잘 만들어진 중간 동영상 연출 등은 한번 봐줄만 하다.

  꽤 유치한 것도 있지만 꽤 감동적인 것도 있으니까.

  다만 태양으로 가는 부분의 동영상은 보기에 따라선 허허허 웃음 나올 지경인데…(이하 네타 있음)

  특히 동력 플랜트에서 알지라가 로알드의 위기에 분노하면서 메가나타에게 달려드는 장면과, 이어지는 결과는 꽤 찡하다.

  현실의 (그리고 과거의) 서프를 사랑했기에 동료인 히트를 쏘았던 알지라가 서프를 포기하고 로알드를 선택했다는 성장과 변화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기쁘게 웃으며 같이 죽어가는 둘의 요상한 '사랑'은 나름대로 괜찮게 그려진 편이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원흉에 해당하는 엔젤과 동귀어진하는 게일(과거에 엔젤 대신 죽었던 데이비드)의 이야기도 괜찮았고, 캐릭터의 위치나 배치, 과거와 현재의 입장 변화 등등 여러가지 면에서 복선이나 반전이 그럭 재기능을 하고 있기는 하다.

  문제라면 모든 동료를 희생시켜 가면서 도달한 검은 태양에서 동료들이 전부다 한 큐에 되살아 나는 것이 좀 유치하게 받아 들여질 까나?

  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그냥저냥 봐줄 주말 드라마 수준은 되니까.

  이미 건담도 SEED 같은 게 나와서 말아먹는 마당인데, 소위 일본식 3대 RPG중 하나라는 여신이라고 라노벨 풍으로 망가지지 말라는 법은 없는 법(…비꼬는 걸까?)이다.

  사실, 갈갈이 공주님(카가리) 목소리인 신도 나오미 씨의 육성 때문에 꾹 참고 플레이 했다고는 난 말 못하지(웃음).

 - 뭐 DDS에도 장점은 있다. 우선 그래픽.
  그래픽은 녹턴의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잘 짜여진 느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DDS의 세계관에 어울리게 새로 그려진 배경이나 컨셉 아트의 느낌은 파판 시리즈의 그것을 뛰어넘는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법이나 스킬의 연출 효과도 새로이 추가, 변형 증가되었고 전반적으로 동영상을 포함하여 그래픽을 보는 맛은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구식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디자인으로 등장하는 적 캐릭터들의 디자인과, 마치 페르소나처럼 요즘 풍으로 그려진 주인공들의 디자인이 묘하게 언발란스한 느낌이라서 좀 그렇긴 하다. 

  어떤 의미론 페르소나 식 디자인의 신(新) 캐릭터들이, 예전 진 여신전생 식의 캐릭터들을 때려잡는 것처럼 보이니까.

  녹턴에서도 새로이 디자인된 아리만이나 노아, 바알 아바타 등이 나오긴 하지만 작품 세계관으로 볼 때에 그렇게 까지 어색하다는 느낌은 없으니까.

  물론 DDS 쪽에서 새로 그려진건 주인공 뿐이 아니라 보스들도 있는데, 라바나, 메가나타(인드라짓트)등의 인도 신화 계통 보스들의 디자인이 특히 강렬한 편이다.

진여신 1에서 '인드라짓트'란 이름으로 등장했던 '메가나타'는 진짜 완전히 딴 놈이 되어버렸다나?

  전투 자체는 녹턴의 프레스 턴 시스템이 거의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거의 같은 수준의 전략성과 재미를 가지고 있다.

  다만 전투 참가 인원이 4명에서 3명으로 줄은 것 때문에 조금 발란스가 흐트러진 면이 없지 않으며, 숨겨진 보스 중 하나인 사탄은 어떤 의미로는 완벽한 사기에 가깝다.

  그래도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킬 만큼은 되니, 그 존재감을 이용한 마케팅으로써는 재미있는 면이다.

  다만 사탄의 디자인이 예전 진여신2와 같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차피 팬 서비스용 숨겨진 보스니 그냥 넘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음악에 대해서는 좋다 나쁘다 말하기 애매하다.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쪽이고, 분명히 평균 이상은 한다고 생각하는데…, 취향을 좀 탈면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1과 2가 그리 연결되는 느낌이 없는 음악성이라고 할까.

  1의 오프닝 보컬은 좀 닭살이라고 그래도, 2의 오프닝은 분명 들어줄 만 하다.

  사실 맘에 드는 곡은 1에 더 많은데, 그냥 듣고 있기엔 2쪽이 더 옛날 시리즈 본래의 느낌에 가까운 것도 같고. 좀 그렇다.


그래서 어떤 것인지는 모두들 궁금해 한다

  이제 바라는 것은, 녹턴과 DDS엔진을 절충하여 오리지날 진 여신1,2를 리메이크 하는 것. PS판도 괜찮은 이식이었지만, 도쿄에 ICBM이 떨어지고 고토가 훈토시 차림으로 검을 휘두르는 것을 더 확실하게 보고 싶기도 하다. 

  아니, 요즘 추세라면 데빌 써머나나 소울 해커즈의 리메이크가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아으, 이런 것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팬의 한계.

  하지만, 결국은 상상하는 것이 한계일 것이다.

  사실 이제와서 그런 골동품들을 다시 리메이크 한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

  아직 리메이크 안된 고전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응?).

 = 결론은 DDS 자체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점점 발전하는 엔진(…)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리메이크나 기대해야 할 만큼 요즘의 여신 시리즈가 묘하게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시리즈 정통이라거나 외전이라거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각 편들 간의 개성도 상당히 강해졌다는 게, 현재의 여신 시리즈가 갖는 특성인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미 '진 여신' 시리즈는 끝났다고 할 수도 있겠다.

  녹턴의 속편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지만 나머지는 그냥 '여신'이란 제목을 단 아틀라스의 마이너 RPG군의 모음일 수도.

  하지만, 그런 마이너 RPG군의 모음이라고 해도, 이런 조금 답답한 느낌을 즐기는 자학적 플레이어도 없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러쿵저러쿵 그래도 '악마'가 등장하는 게임 컨셉이나 스토리는 여전히 나름대로 매력적이고, 사실 유치하다 싶은 연출도 적지 않지만 이 DDS 시리즈는 결국 종래의 여신과 공통되면서도 다른 뭔가 다른 타협점 라인을 잡아 내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라인'이 그렇게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선 안에 존재하지는 못한다는 것 정도일까.

  결국 DDS 시리즈는 비평적으로 흥행적으로도 큰 재미를 못 봤지만, 그렇다고 해서 흑역사로 치부될 정도는 아니다.

  그냥 새로운 여신 시리즈의 밑거름이 될 외전이자 실험작 정도로 받아 들이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사실 간만에 사탄과 싸워보는 것 만으로도 이 DDS2는 충분히 가치는 있다고 느낄, 필자 같은 사람이 또 없다고는 말 못할테니까. (개인적으론 이러쿵 저러쿵 불만을 말하면서도 결국 DDS 1,2 모두 그럭저럭 참고 할 만 했다는 것인가 보다?)

  한참 길게 썼지만 결론은 DDS 시리즈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 실험작, 이란 게 개인적 결론이다. 

  물론 그 아쉬움도 해보기 전엔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분명 이 게임은 전혀 할만한 게 못된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족한 면은 조금 있지만, 이 게임의 부족함은 부족함 대로 보고 즐길 만한 것임은 확실하니까.

 

디스케일러에서 On-Air로 바꿔서 캡쳐된 영상의 질과 화면 사이즈가 다르긴 한데, 어쨌든 이글 맨 앞의 녹턴 이미지에서의 인수라와 비교해보길 바란다. 과연 변화와 성장의 차이는 무엇일까.

 

 2005.3.6.

 :DAI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