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애니메이션 「신 암행어사」 시사회를 보고 (이글루스 백업: 200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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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하의 글은 과거 이글루스의 본인 블로그에 썼던 옛날 글 포스팅의 내용을, 본인의 이 티스토리 블로그에 백업을 겸해서 다시 옮겨온 재탕성 포스팅 글입니다. 
   아무래도 글이 예전에 쓰여진 옛날 글인 만큼, 글에 담긴 생각이나 내용이 당시의 옛날 시점에 맞춰진 부분이 있을 수 있고 현재 시점에는 맞지 않고 낡아보일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읽는 분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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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신 암행어사」 시사회를 보고

 

 

  - 에,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이미 몇번 시사회를 거쳤고, 어제는 아마 업계쪽 분들이 다녀오신 모양이더군요. 뉴타입 쪽이나 다른 쪽은 이미 보신 모양.
  가급적 직접적인 내용 언급은 줄였지만, 본의 아니게 내용 까발림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람. 그리고, 저 자신은 이런 쪽에는 굉장히 편견을 갖고 있으므로, 결코 완벽히 냉철함을 유지한 객관적 시각을 갖고 있다곤 할 수 없음. 자신은 한국을 너무나 사랑해서 이걸 철저하게 한국 내에서만 팔 작품으로 인정하고 싶다는 사람은 그렇게 해도 좋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가 일본 취향의 합작임을 잊지 마시길.

 = 뭐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기도 좀 그런데… 괜히 같잖은 애국심에 이거 칭찬해줄 만큼 나는 너그럽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싸잡아 욕할 정도로 아주 엉망은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원더풀 데이즈]보다 이거 5%정도는 더 재미있다.(이건 그냥 재미가 없지만, [원더풀 데이즈]는 욕나오게 재미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게 [원더풀 데이즈]보다 압도적으로 싸게 만들었다. (사실 이거에서 가장 비싼 건 엔딩의 BoA 노래일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딱 잘라 말해서 [원더풀 데이즈]의 6년이나, 이 거 6개월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건 아쉽다"라는 말은 해야 겠다.
  CG로 덕지덕지 발랐음에도 재미없는 거나, 그나마 적당히 없는 돈 갖고 디지탈 효과 조금 발라서 때웠음에도 재미없는 거나…, 사실 일반인이 볼 때엔 똑 같다.
  어차피 이거나 그거나 똑같이 별로 재미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짧은 시간안에 효율적으로 만들어낸 쪽의 편을 들어주는 게 상업적인 가치이다. 비쥬얼이고 나발이고 간에 재미가 없는 거 참고 봐줄 만큼 우리나라 일반 관객들이 대단한 인내심을 가졌다곤 생각 안하니까.

  - 하지만, 사실 이 작품을 대박 아닌 대박내게 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거 대박나면 제타 건담 극장판 걸어준다는 헛소문을 퍼트리면 좀 많이 보지 않을까 싶다(그건 너의 편견이야!).
  사실 이 [신 암행어사]라는 게, 일본 작품이니 한국 작품이니 따지는 건 사실 상 우스운데, 적어도 코믹스에 대해서는 '한국 사람이 그리는 일본 만화'라는 말이 대충 맞긴 하다. 사실 이 신 암행어사를 한국만화라고 말하면 한국계 짐 리가 그리는 마벨 히어로물도 한국만화라는 꼴이지.

  근데 이 애니메이션 작품에 대해서는 좀 어중간 하다. 총감독은 일본 사람이다, 라고 해도 우리나라 스탭이 분명히 제작 위원회(소위 말하는 일본식 '소 자본 여러개 합쳐 만들기 형태'의 변형인데)에 끼어 있고, 한국 스탭과 일본 스탭의 비율은 비슷하다. 만들은 분량과 퀄리티에는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일단은 합작이고 연출에도 한국의 입김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 그래서 완전한 한국 작품이라곤 못해도 한국 작품임은 확실하다. 다만, 합작이란 걸 잊어선 안된다. 한국 작품이며 동시에 일본 작품인 것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일본풍 많이 나는 원작을 한일 합작으로 애니화 했음에도 한국적인 느낌이 더더욱 거세된 것 같은 불투명한 느낌 뿐인것은 좀 문제다. 원작도 그렇긴 하지만 이건 십이국기 액션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무국적? (아니, 한국도 일본도 아닌건 확실하지만...)의 판타지다. 그게 특별히 나쁘다곤 생각안하지만, 그렇다고 스팀 펑크를 하라는 것도 아니니 조금은 어느 한 쪽이던 특색을 강조할 필요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화 퀄리티는 그냥 그렇다. 요즘은 일본도 거의 디지탈 작화라서 셀 느낌이 난다고 해도 디지탈인데, 이 작품은 정말 구식 셀 느낌이 살아 있어서 개인적으론 이 점을 높이 치고 싶다. 물론 요즘 세대에 이 이야기는 '별로 작화가 좋지 않다'라는 거다. 게다가 CG 이펙트 부분이 튀는 부분도 적지 않다. 전투 씬과 그 이외 장면에서 미묘하게 퀄리티 차이가 눈에 띈다거나하는 건 묘하게 앞뒤 손발이 잘 안 맞았다는 이야기도 되서, 마무리 단계에 고생 했을 거란 느낌도 든다.
  국내에서 작업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오히려 CG의 디지탈 이펙트가 상당히 튀는 편이다. 액션 구성이나 작품 내용이나 전반적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이걸 극장에서 본다는 건 약간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필요와 이유가 있다. 돈이 아깝다는 레벨은 아니지만, 고퀄리티의 OVA라면 이 정도 작화가 못나올게 아니니까. 사실 조금 작화를 깎더라도 TV로 가는 건 어땠을 까 싶기도 하다. 국산 작품이라면 사실 굉장한 거지만, 일본 작품에서 이 정도는…, 이미 흔하다.

  그나마 몇년 전의 '산적 빨강매' 처럼 대놓고 일본 애니메이션의 액션 장면 콘티를 그냥 배껴썼다는 느낌은 없는데, 일단 뭐 이 정도면 합격은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가작은 쳐주겠다. 액션이 특별히 튀는 거나 똥폼이 철철 넘치는 쪽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그냥 볼 정도는 된다. 다만, 팬텀 솔져 등장 부분과 그 이외의 액션 부분에서 퀄리티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은 문제.

  이야기 자체는 지지부진하다. 아니, 그냥 진부하다고 할까. 스토리에 대해서 논하는 건 사실상 시간 낭비인데, 일단 원작과 거의 똑같으니 대충 넘어간다.
 사실 이 작품의 가장 큰 문제는 액션이나 작화 보다도, 스토리다. 그냥 원작 초반부에 꽤 충실하게 따라간 편인데(잡다한 디테일은 좀 생략되었다고 해도), 원작과는 미묘하게 느낌이 다르다. 원작이 난잡하긴 해도 그냥 우지끈꽝꽝 정도의 강약구분은 간신히 느껴질 정도인데, 이 쪽은 아예 그냥 밋밋하다는 기분. 누군가는 '탈력'이다 라고 까지 하던데, 본인의 경우엔 그냥 '음음 그렇구나~'하고 볼 정도는 되는데 그렇다고 막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거나 우와~ 할만한 부분이 전혀 없어서 미묘하게 썰렁하다는 느낌. 막말로 손에 숨긴 총을 꺼내서 쏘는 클라이막스여야 할 장면이나, 유지태를 쓰러트리고 그 얼굴을 밟는 카타르시스여야 할 장면이 묘하게 썰렁해서 웃겨버리는 건 문제다. 원작도 그렇게 까지 확 와닿는 센스의 작품은 아닌데(묘하게 '무국적'에 집착하다보니 자극이나 감정 흐름 같은 어느 한 쪽에도 집중하지 못한 어정쩡한 느낌이랄까), 애니는 거기에 '무덤덤'이 더해져서 거의 궁극의 썰렁에 근접했다. 이런 전개는 마스터 키튼 같은 여운이 중심이 되어야 할 작품엔 먹히지만 자극이 중심이 되면서 중간에 살짝 분위기를 가라앉혀서 메시지를 담아야 할 여기서는 좀 그렇다.
  게다가 마지막에 켄신 추억편 처럼 (일본어) 자막으로 나레이션 깔리는 부분에 가면 '하아~"하는 한숨이 나온다. 나쁜 연출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감정이입 없이 멍하니 흘러오다가 B급으로 보이는 전투 액션 다음에 저런 식으로 분위기를 틀어버리면 어떤 의미론 '난감'하다. 처음부터 속편이 나올거다~ 라는 식의 OVA 나 TV 연작 구성이면 저런 것도 좋긴 하지만, 극장용 단편에서 저래버리면 하아~ 싶은 거다. 아예 이게 도라에몽이나 드래곤볼처럼 매년 극장판 나올 정도로 인기 있는 게 아니면 더더욱.
  어떤 의미로 이 작품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사건이 없는 부분이다. 처음에 몽룡의 고향에서 춘향과 만나는 '신춘향전' 에피소드에서, 다음의 '만다라케'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중간의 별'의미없이 걸어가는 여행'으로 연결되는 간주 부분. 음악도 그렇고 연출도 그렇고 이 부분이 가장 좋았다는 건 확실히 문제다.
  배려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점점 산도에게 발을 맞춰주는 문수라던가, 그냥 무작정 따라만 가는 게 아니라 상대를 신경쓰는 느낌이란게 조금 다가올 뻔 하다가, 그렇게 계속 진행하면 다들 잠들어 버릴테니까(…) 적당히 정지화면 샷을 넣어서 끝내는 부분은 좋았다. 그 다음에 갑자기 어민에게 총 사는 개그 샷과 소년 준과의 만남이 연결되서 애매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 문수는 열나 시니컬하고 폼을 잡지만, 실제로는 정에 서투르고 그런 놈인 것처럼 그리려고 한 건 좋은데, 이게 결국은 설정을 위한 설정이고 똥폼을 위한 똥폼처럼 된다는 것도 문제. 산도야 원래 말도 없고 성격 설정도 애매한 지라…. 사실 그 페티시즘 복장을 보고 있으면 왠만한 인간들은 아무 생각도 안하게 될테니, 어지간히 전개가 확실치 않으면 성격 전달하기도 사실 쉽지 않을 거다.
  문수는 사내놈이 뭔 머리띠냐 싶겠지만 어쨌든 그런 언밸런스함이 이 작품의 작은 개성일 것이다. 이래저래 욕만 잔뜩한 꼴인데, 뭐 솔직히 그래도 파란 하늘 잠깐 보자고 6년을 삽질한 원더풀 데이즈에 비하면, 이건 그나마 좀 나은 건가 싶다.
  그나마 막판에 문수는 졸지에 묘하게 설명적인 시니컬함이 되어서 그냥 똥폼에 머물러 버리고, 산도는 강한 여자지만 자신의 힘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는 백치 같은 느낌이 되어 버렸다.

  만약에 이 퀄리티로 OVA 6부작 정도로 끝나는 기획이었다면, 전체적인 완성도도 더 높게 평가할 수 있었을 거고, DVD나 VHS 판매도 좀 기대해볼 만할 정도로 괜찮았을 거다. 이 극장판은 007시리즈처럼 초반에 에피소드 하나 있고, 후반에 메인 이벤트 끼는 식으로 전개되는 데, 30분짜리 OVA 둘로 나누는 것도 괜찮았을 듯. 물론 그럴려면 최종장까지 이끌어 가야 했을 테지만…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합작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한국 스탭 만으로도 일본 스탭 만으로도 이 정도는 만들기 힘들었을 거다. 짧은 기간과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뽑은 것 치고는 괜찮지만, 역시 아쉽다. 어줍잖은 보아 노래의 차용은 이 작품 최대의 삽질일거다. 중간 삽입곡은 일본어 그대로임에도 가사 번역이 안들어 가 있어서 좀 그랬는데(정식 개봉때엔 자막 꼭 넣어주길 바란다), 차라리 이 노래가 엔딩으로 갔어도 괜찮긴 하겠다. 단지, 극 중간에서 문수를 쫓아가는 산도의 관계를 표현하는 데에 이 노래의 가사는 그럭저럭 어울리긴 했는데... 하지만, 엔딩의 보아 노래가 정말 안 맞기 때문에… 차라리 '켄신 추억편'처럼 잔잔한 경음악을 넣던가, 그나마 폼잡고 끝났는데 나오는 댄스 음악은 좀…

  주제가는 그렇다 치고, 배경음악은 듣다보니 어디서 듣던 것 같은 곡 전개다 하고 생각했는데, 시사회 안내 전단지의 스탭롤을 보니 오오타니 코우. 어쩐지 귀에 익은 풍이긴 하더라(하지만 이렇게 찍은 게 잘 맞은 경우는 의외로 별로 없긴 하다). 이 경우엔 사전 정보를 얻지 않고 갔던게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 오오타니 코우는, 평성 가메라 시리즈나 GMK의 음악 작곡가이다. 이 작품들은 지겹도록 봐서 머릿 속에 멜로디가 울리는 지경이라서, 확 한번에 찍을 수 있었다(뻥).
  사실 내 경우에도 이 사람의 다른 드라마 작업이나 그런 쪽은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묘하게 GMK의 일레키 풍과 G3 초반의 토속적 풍을 풍기는 음악 모티브가 여기서도 적지 않게 등장해서, 대충 감이 통했는지 어디서 들었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이 경우에는 그게 잘 맞았던 듯 하다. 작품에 잘 어울렸다는 건 둘째치고 이렇게 재미없는 작품에서 음악이라도 딱 알아 들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딱 둘 중 하나의 의미. "음악이 졸라 튄다" 아니면 "음악 밖에 볼게 없다." 어느 쪽일 지는 직접 보고 생각하고, 오오타니 코우 본인에 대해선 보도 자료에서도 '평성 가메라 3부작'의 작곡자로 언급되어 있는데, 이 암행어사의 음악은 가메라 풍이라기보다는 좀 다른 풍이다. 전반적으로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음악 좋다"라고 팍 와닿는 풍은 아니다. 적당히 지리하지 않을 정도로 흐르다가 중요한 장면에서만 잠깐 확 올라가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할까.

 = 어쨌든 극장에서 봤으면 그냥 그렇구나 할 레벨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데, 보고 난 다음에 굉장히 기분나빠진다고 할까. 특히 본인의 경우엔 문수의 대사 하나가 굉장히 콱콱 가슴을 찔렀다.

 "이미 죽은 사람들에게 살아 있다는 착각을 줘서 뭘 하겠다는 거냐?"

  좀 심하게 말해서 "이미 죽은 한국 애니가 살아 있다는 착각을 줘서 뭘하냐"~라고 들렸다고 할까. 묘하게 일본 쪽에서 이 쪽을 보고 빈정거리는 걸까, 아니면 나 혼자만 그런 자격지심을 갖고 이런 걸 봐야 하는 걸까… 그래서 괜한 애국심에 이런 걸 보고 띄워줘야 한다는 축도 있을 수 있고, 이런 걸 보고 기분 나빠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 법. 작품 자체 만을 갖고 논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여건이 좋은게 아니라, 작품이 평가받기 위해서 먼저 시장과 환경이 성립해야 한다고, 항상 말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여건이 나쁜게 문제이다.
  뭐 암행어사가 요상한 판타지 세계에서 식인괴물이나 좀비를 사냥하거나 그런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왠지 모르게 한일 합작 안에서 느껴지는 '빈정거림'이 느껴진다고 할까. 암행어사는 문화 컨텐츠의 수출이 아니다. 이 쪽에서 먹고 살기 힘드니 저 쪽에서 규제 완화나 이런저런 꽁수를 통해서 물 건너가서 한 몫 잡아 보자는 기회주의적 발상이다. 작품이 잘나서 건너간게 아니라, 이 쪽 컨셉은 저 쪽에 없는 것일 수 있으니 한번 무대를 바꿔 먹어 보자는 것이다. 코메디만 하던 배우가 진지한 드라마해서 관심 끌어보이는 것과 비슷하다는 거다. 그런데, 어차피 한류 열풍을 틈탈 거면 좀더 한국적인 걸 넣어야지 무국적인 걸로 때워서야 쓰겠나. 결국 이걸 보고 느낀 건 딱 하나.

  "그래, 니 놈의 시체를 넘어서 가주마."

  다음엔 진짜 우리의 손으로 우리 만의 것을 만들수 있기를 바란다. 이미 우리 것만의 뭔가를 찾을 수가 없게 된다면... 철저하게 잡탕을 만들자. 왜국 놈들이 만들 수 없는 왜국과 다른 뭔가가 철저하게 뒤섞인 잡탕을. 어줍잖은 건 사양한다. 갈거면 철저하게 잡탕이다. 그 잡탕 속에서 가장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 찾을 수 있을 테니까.

 - 보도 자료에는 선입견을 버려라, 라느니 뭐냐느니 써있지만, 이 작품 안에서 가장 깊게 느껴지는 건 무의미한 페티시즘이나, '자극을 위한 자극'에 대한 동경과 도취. 그리고 마지막으로 철저하지 못한 B급의 향취다. 암행어사가 좀비를 없애건 말건 그건 내 알바가 아니지만, 누구 말마따나 산도를 벗길려면 더 확실히 벗겼어야하고 피를 튀길려면 두배는 더 튀겨줬어야 할 거다. 문화는 국물과 같아서 단순히 낮은대로 높은대로 흐르는 것만이 아니라 찌개국물에 걸친 걸레를 타고 기어 오르기도 한다. 삼투압 현상 말이다. 언젠가는 낮은 데서 높은데로 뛰어 오를 수도 있겠지. 대중 문화라는 잡탕찌개 속에서, 우연히건 아니면 오래 끓여서이건 간에 단 하나의 맛이 더욱 강하게 그려질 수 있을 때에…

  잡설이 길어졌는데… 작중에서 작게 그려지는 민중의 봉기나, 소년의 각성 등 성장이나 교훈이 될 요소에 굳이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좀더 성숙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면 문수의 똥폼이나 산도의 무감정함이나 조금씩 더 절제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마지막에 자신의 정체를 깨달은 소년의 눈을 보이지 않은 체 입술 만이 움직여서 표정을 만드는 연출 자체도 묘하게 진부하다. 원작을 안 본 사람이라도 그 섬마을의 정체나, 소년의 정체가 뭔지 뻔히 알 수 있는 전개였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그런 뻔뻔함 자체는 그럭저럭 좋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보면 B-에서 B+ 정도 줄 수 있겠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나오지 못했을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물건너 왜국도 원작물이 부족한 시점이 된 데다가, 국내에선 더더욱 어떤 것을 만들어도 팔기 힘든 때이니 말이다. 잡탕이건 부대건 찌개를 끓이는 사람만 존재하지 맛있게 먹고 돈내는 사람이 없는 때가 되었다. 언제부터 훔쳐먹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된 걸까.

  가서 봐주자, 라고 애국심에 호소한다거나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다. 잡탕찌개라도 맛있게 먹어야 할 정도로 우리는 굶주렸어야 정상이다. 저건 밟고 넘어가야 할 시체다. 하지만, 누가 시체를 만들었는가, 누가 굶주리게 했는가... 한번 정도는 떠올려보자. 만화방에도 내 방의 서가에도 이미 한국만화보단 일본만화가 많다. 그렇다면, 이젠 치고 나갈 때다. 그 쪽에 없는 진짜 잡탕으로... 승부를 걸때가 원치 않는 사이에 이미 와버린 거다. 하지만 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고 아무대로도 움직일 수 없다. 케로로 군조 풍으로 말하자면…

"확실히 우리는 졌다. 아니, 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현실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 시체들을 밟고서 가자."

  뭐, 삽질도 이 만하면 되었지요. 하청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저 쪽과 어느 정도 공유되는 문화권이란 특성을 살려 역수출로 나갈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너무 큰 꿈일까요?

P.S. : 장선우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리저렉션'이란 제목으로 일본 개봉합니다. 그 따위 것도 걸릴 정도도 요즘 일본도 볼 거 없습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두둥).
  뭔가 좀 선동적인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 글은 밀어주자는 글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밟고 가자'는 글입니다. 암행어사 자체는 그냥 한번 보고 잊어버릴 정도이지만, 이 정도의 펄프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무수한 괴작과 삽질을 거쳐왔습니다. 이제부터 진정한 B급과 A급으로 올라가는 과정의 시작입니다.
지금껏 기다려오신 분들을 위하여… (추가 : 2004년 12월 현재. '성냥팔이 소녀'는 일본에서 짧게 개봉하고 DVD로 출시되었음)
P.S. 2 : 본래는 [코타로 당당하게 가다(공태랑 나가신다)]의 실사판 극장 영화에 대한 글을 먼저 썼었다. 차라리 이런 걸 보고 연구해라~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추가 : 그리고, 신 암행어사는 시사회를 너무 많이 해서 볼 사람들은 시사화에서 다 봤을 거란 우스개 소리(?)가 업계에서 들려오고 있다…나?!

 

 2004.11.17.

 :D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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